‘베테랑’ 김원일의 다짐 “선수협과 함께 후배들을 돕고싶다”
작성자KPFA
- 등록일 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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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유럽 축구 리그가 중단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K리그도 무기한 연기에 들어가며 발걸음이 멈춰 섰다.
선수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겨우내 입에 단내가 풍기며 땀 흘린 훈련의 성과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답답하고 못내 아쉬운 건 베테랑과 신예의 마음이 같았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축구에 목마른 팬들을 위해 선수와의 특별 만남을 기획했다.
해병대 사나이 김원일 “후배들의 아픔은 내가 겪었던 상황과 같아 마음이 아프다”
K리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김원일은 K리그에서 남성 팬이 가장 많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김원일에게도 아픈 시련은 있었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대학 무대였다. 당당하게 대학 무대에 입성했지만, 국가대표를 여덟 명씩이나 배출하며 당대 최강으로 불리던 숭실대에서 좀처럼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김원일은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군복무를 결심했고, 해병대에 지원. 해병 1,037기로 입대했다.
“숭실대 2학년 때 경기를 뛰지 못해 선수 은퇴까지 생각했죠. 처음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입대를 선택했고 군 생활 동안 매 순간이 전쟁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아마 해병대 생활이 아니었다면 제 축구 인생은 거기서 끝났을 겁니다” 김원일의 말이다.
절실한 마음과 간절한 의지를 갖고 다시 사회로 돌아온 김원일은 대학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뒤 2010년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지명을 받았다. 군 생활을 했던 포항땅을 다시 밟으며 포항과의 인연을 이어 나갔다.
이후 K리그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은 김원일.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는 2020년 새롭게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고향 팀인 김포 시민축구단에 합류한 것. 김원일은 “제가 김포 토박이로서 통진중학교와 통진종고를 나왔어요. 고향 팀에 오니 마음도 편하고 고정운 감독님도 잘해주셔서 정말 좋습니다. K3리그 무대에서 마지막 제 축구 인생을 잘 정리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현재 프로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과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 꿈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다는 김원일. 선수 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는 후배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고요.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없어요. K3리그에도 충분히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선수 생활은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김원일의 말이다.
재활훈련 중 만난 선수협 이근호 회장과 ‘의기투합’
김원일은 2020시즌을 앞두고 대구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마침 같은 재활 센터를 이용 중이던 선수협 이근호 회장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의기투합했다.
“재활 훈련을 진행할 때 저와 이근호 회장을 비롯해 프로를 꿈꾸는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도 몇몇 있었어요. 재활센터에서 처음 본 후배들이었는데도 실력 향상이나 축구선수로서 팬을 대하는 방법 등을 많이 조언하는 장면을 보니 역시 회장이구나 싶더라고요”라고 했다.
이근호 회장의 조언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김원일은 “하루는 (이)근호 형이 어린 선수들을 모아놓고 야식을 사주시면서 선수협의 필요성과 한국 축구 제도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 주셨어요. 근호 형 역시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 그런지 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더라고요. 감투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축구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선수협은 선수들이 경쟁이라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동료로서 함께 소통하는 자리, 문제나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단체라고 김원일은 바라봤다.
“아무래도 K리그 선수들보다 K3 선수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협에서 축구화를 비롯해 축구용품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이근호 회장을 비롯해 박주호, 염기훈 부회장 등 임원진들이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으니 더 많은 후배가 선수협이라는 튼튼한 울타리에서 함께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시즌 코로나 19의 여파로 아직 K리그의 시계는 멈춰있다. 하지만,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자만이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돌격할 날을 꿈꾸는 김원일 또한 마찬가지다. 고향 땅의 그라운드를 밟기 위해 그는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